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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칼럼] 정책은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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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기사입력 2024-02-10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왔더니 어느덧 한국은 선진국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삶의 조건에서는 극단적으로 나쁜 지표들이 있기 때문에 이 말이 실감되지는 않습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선진국이라는 말은 앞서나가는 나라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후진국으로, 개발도상국으로 불리면서 앞선 나라들을 따라왔습니다. 정책도 다른 나라를 모방해 왔습니다. 정책을 기획할 때 항상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면서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따라만 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새로 하는 일, 다른 나라가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무상 교통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정한 무상 교통은 청송군 밖에 없습니다. 버스공영화 전에 준공영제가 있듯이 무상 교통 전에 준무상 교통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보여집니다. 우선 아직도 관료적인 칸막이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서울시, 경기도, 국토교통부가 각기 다른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교통카드가 탑재된 일반 현금카드로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결심하면 되는 행정은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차니즘일까요 아니면, 각자의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일까요.

 

이 칸막이는 같은 기관 안에서도 존재합니다. 천원 택시를 운영하면서 버스 준공영제도 시행합니다.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면서 버스는 되지 않습니다. 서울지하철공사와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은 무임승차 기준도 다릅니다. 같은 노선을 운영하는데도 말입니다.

 

둘째는 가격들이 모호합니다. 우선 기후동행카드의 6만 2,000원은 모호한 가격입니다. 이미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익입니다. 저만 해도 매일 이용하는데다가 수도권에 장거리를 이용하다보면 이익입니다. 하지만 출퇴근할 때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0원 정도 손해를 봅니다. 물론 주말 나들이가 많으면 이익이겠지만 이 정도 인센티브로 현재 대중교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까지 동참하게 만들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담배가격 인상 논란이 떠오릅니다. 10여년전 인상 당시 각종 연구결과는 8,000원으로 올려야 금연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만 기재부는 4,5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재정수입이 늘 정도의 미세한 금연효과만을 노린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도 재정수입이 줄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은 인센티브 효과만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만원 무제한 교통 패스를 도입하면 6조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한데 총선 공약으로 나온 철도 지하화 예산이 최대 100조 원이 넘는다는 걸 돌아보면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물론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행정적인 논리 때문에 대중교통활성화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적을 망각해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상상부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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